[데일리포스트=송협 편집국장] 조선시대에도 지금의 노점상과 같은 허가받지 않고 길거리에 좌판을 펼치고 장사를 하는 이른바 ‘난전(亂廛)’이 득세한 적이 있습니다. 관청의 허가를 받고 운영되는 시전(市廛)과 달리 단속에 시달려야 했지만 난전 상인에게도 지켜야 할 상도(商道)는 분명 존재했습니다.

조선시대 난전 상인들이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했던 ‘상도의 법칙’ 하지만 수백년 세월이 흐른 현재를 살아가는 공룡과도 같은 거대한 장사치들의 생각은 전혀 다른 것 같습니다.

최근 국내 건설업계가 시끌벅적합니다. 신문지상 또는 TV 뉴스의 한 꼭지를 채우고 있는 건설사들은 오랜 폐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돈만 되면 상도를 무시한 채 편법과 불법을 서슴치 않고 자행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총선이 끝난 직후부터 검찰의 매서운 사정(査正)바람에 국내 건설사들이 노심초사 분위기입니다. 정부가 발주한 공공건설사업에 앞다퉈 뛰어든 대형 건설사들이 공정한 경쟁 보다 ‘담합’을 바탕으로 한 일탈행위가 적발됐기 때문입니다.

공기업 발주 사업 과정에서 담합을 일삼다 적발된 업체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현대건설입니다. 약방의 감초와 같이 불법과 편법이 있는 곳에는 늘 현대건설이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현대건설과 대형건설사들의 담합행위 도대체 무엇일까요? 종합선물세트를 연상케 하는 사례 몇 개를 꼽아봤습니다.

건설업계 맏형이며 담합행위 중심에 선 현대건설과 두산중공업, 한진중공업, KCC가 철도공사로부터 발주 받은 원주-강릉 철도건설사업 입찰 과정에서 투찰 가격을 사전에 모의하다 적발돼 압수수색까지 받았습니다.

뿐 만 아닙니다. 지난 2005년~2012년 가스공사가 발주한 통영·평택·삼척 등 3개 LNG 저장탱크 기지 조성 사업 입찰에서도 현대건설은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 받은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 담합 등 대한민국 건설사들은 말 그대로 ‘모럴해저드’의 전형임에 분명합니다.

계약 불이행과 담합행위를 일삼다 적발되면 막대한 과징금은 물론 공공사업 입찰 기회를 잃게 됩니다. 때문에 건설업계는 그간 자신들의 오랜 폐단을 근절하고 공정거래를 실천하겠다며 자성과 성찰의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말 뿐입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 오토매틱으로 쏟아지는 것은 정치인과 대동소이합니다. 그저 눈앞에 이익을 위해서는 어제 내뱉은?자성의 목소리는 허공에 떠도는 메아리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담합행위로 적발됐다 입찰 정지를 맞은 건설사들은 정부의 특별 사면 특혜를 받고도 보란 듯이 적폐를 보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만큼 처벌수위가 미약한 것 같습니다.

이렇듯 불법과 편법의 중심에는 늘 건설사들이 존재해왔습니다. 이 적폐기업들의 온당치 못한 행위 결과는 여지없이 부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 피 같은 혈세 22조원을 쏟아 부은 4대강 사업의 부실 역시 담합의 결정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상도를 지키는 길바닥 난전의 상인들조차 무색하게 할 만큼 정도(正道)는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아도물(阿堵物) 뿐인 못된 기업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뭐든지 넘치지 않게 그릇을 채울 것을 강조한 ‘거상 임상옥’은 장사를 하는 사람이나 상단을 겨냥해 이렇게 주문했습니다.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풀이하면 “재물은 평등하기가 마치 물과 같아야 하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장사치(건설사)들에게 아도물(돈 또는 재물)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제1의 목표겠지요. 하지만 어떻게 벌어야 하고 어떻게 사회를 위해 사용하는지를 깨달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자신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글로벌 일류 기업의 가치를 강조한다면 말입니다. 글로벌 일류 기업은 결코 남이 보지 않는 음지에서 작당해 국민의?혈세를 갈취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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