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부종일 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눈 앞에 두고 ‘암운’이 드리워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두 회사의 합병 시 통신과 방송의 시장 구역을 전국 단위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지역 단위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시장 획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화답이라도 하듯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SO권역별(지역 단위)로 획정해야 한다는 ‘201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다.

방통위가 공개한 이 보고서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의뢰해 만들어진 것이다.

보고서에는 “수요대체성과 공급대체성, 그리고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차별적인 상품제공 가능성 등을 검토할 때 SO방송구역별로 획정하기로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그동안 SK텔레콤이 전국 단위로 획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물을 끼얹는 견해다.

SK텔레콤은 그동안 합병법인의 유료방송 점유율이 26% 수준에 불과하다며 독과점은 아니라는 해명을 해왔지만, 경쟁사들은 시장 규모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수치를 낮추는 한편 KT가 전국 단위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펼치는 ‘꼼수’ 논리라는 입장이다.

어쨌든 방통위가 공정위의 문제제기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측은 입장자료를 내고 “방송구역별 분석은 유료방송의 역사적 특수성에 따라 관행적으로 적용한 것”이라며 “정부가 유료방송 시장획정과 관련된 새로운 결론을 도출한 것이 아니다”라고 보고서의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면서 SK텔레콤은 여전히 유료방송시장을 전국 단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이자 IPTV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가 전국 서비스를 하고 있으니까 유료시장을 전국 단위로 봐야 한다”며?자사논리를 고수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 후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법인을 출범시킨다는 복안이다.

어떻든 SK텔레콤은 케이블TV의 본질적인 속성인 지역성에 대한 논란과 더불어 궁지에 몰리게 됐다.

케이블TV의 지역성 논란이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이라는 일개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채널의 권한과 역할을 가진 케이블 사업자를 인수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데 따른 것이다.

IPTV와는 달리 케이블TV는 지역 정보, 지역 선거방송 등을 할 수 있는데,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한다면 SK텔레콤의 입맛대로 채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논란의 핵심이다.

이밖에 업게 1위인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이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전이될 것이라는 경쟁사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SK텔레콤의 입지는 더욱 더 좁아지게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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