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불거진 시장 독과점 문제


[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특허 쟁탈전으로 지난해 한바탕 전쟁을 벌였던 면세점 업계가 또 다시 뒤숭숭합니다. 3년 전 개정된 시내면세점 제도에 정부가 다시 칼을 댄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3차 면세대전’의 막이 오른 것입니다.


논란은 정부의 용역보고서를 통해 촉발됐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는 ‘5년 특허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할 수 있다’는 것과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특허 추가’를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특허 기간을 개선하자는 말은 그동안 꾸준히 나왔지만 업체들이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특허를 늘릴 수도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롯데가 월드타워면세점을 SK가 워커힐면세점 특허를 잃은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제도 개선은 명분일 뿐 실제로는 이들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갈등은 지난 16일 열린 면세점 제도 개선과 관련된 공청회에서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현장에서는 롯데와 반(反)롯데로 나뉘어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날선 말들이 오고가다 보니 정작 중요한 쟁점들은 묻혔다는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특허 추가에 찬성하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논리는 하나로 귀결됩니다. 바로 독과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5년 시한부로 인한 고용불안 해소와 특혜 논란을 피하기 위해 규제를 더 완화시켜야 한다는 입장과 신규 특허를 늘리면 오히려 독과점이 심화된다는 반대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사실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관세법도 독과점 구조를 깰 목적으로 3년 전 개정된 것입니다.


국내 시내면세점 시장은 2015년 7월 기준으로 롯데(50.1%)와 신라면세점(29.5%)의 매출액이 전체의 79.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 제 4조에 따르면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2개 또는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 해당 사업자들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합니다. 이에 면세점 시장은 롯데와 신라가 독점한 시장이라는 지적이 지난 몇 년 간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지난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특허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되고 갱신제도도 폐지됐습니다. 다만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의 경우 5년의 범위에서 1회 특허 갱신을 허용했습니다.


또 중소·중견기업에게는 일정 비율 이상의 특허권을 부여하기 위해 보세판매장 특허를 중소기업 20% 이상, 대기업 60% 미만으로 제한했습니다. 이같은 제한으로 특정업체가 독점한 구조를 개선하고 중소기업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과세법 개정으로 인해 불거진 문제는 5년이란 한시 기간으로 직·간접 고용 인력들의 고용불안이 야기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사업의 연속성을 담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브랜드가 입점을 꺼려 면세점 운영에 지장이 초래되며 주변 상권의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특허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독과점 구조를 보완하기 위한 또 다른 쟁점은 특허수수료를 인상안 입니다. 특허수수료는 기업들이 정부가 부여한 사업 특허에 대해 일종의 ‘로얄티’를 지불하는 것으로, 업체가 벌어들인 경제적 이익 일부를 사회로 환수한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법 개정 시에도 매출액 대비 0.0002~0.0012% 수준이었던 특허수수료를 0.05%로 올렸습니다. 다만 중소기업 면세점 수수료는 0.01%로 차별화시켰죠. 그러나 이익환수 확대를 통해 독과점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0.05% 수준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2014년 기준 면세점 시장 매출은 약 8.3조원이며 주요 업체의 영업이익을 합치면 5525억원 수준인데 비해 특허수수료는 약 4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매출액 대비 5%까지는 올려야 한다는 의견에서부터 특허 선정방식을 바꾸면 수수료 문제도 해결된다는 제안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오고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0.05%의 수수료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그렇게 낮은 수준이라고는 볼 수 없다”면서 “면세점업은 백화점, 마트 등 다른 유통산업과 비교했을 때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허수수료 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면 매출액 기준이 아닌 매장 면적 대비로 바꿔야 시장 상황에 더 적합하다고 본다”면서 “사실 독과점 문제가 지난 몇 년 간 꾸준히 제기되어 왔는데 외국인을 상대한다는 업종 특성 상 시장 점유율을 따지려면 국내 한정이 아닌 아시아 전체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현행 제도의 틀 안에서 특허 기간만 연장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근본적으로 사업자 선정방식 자체를 가격경쟁방식, 즉?경매?형태로 바꿔야 특허수수료 문제를 포함한 시장 독과점 구조도 해소된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장 독과점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장벽을 낮출 필요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장벽이 어떤 목적으로 누구를 위해서 낮아지는지 투명하고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합니다. 아무런 대책없이 법 개정을 감행했다가는 또 다시 시장의 혼선을 부를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죠.


면세점 사업은 재벌들의 놀이터가 아닙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며 소위 말해 돈이 되기 때문에 기업이 몰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합니다. 그러나 면세점 사업은 관광진흥, 고용효과, 소비자 후생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익적 측면을 띄는 것이 사실입니다. 단순한 특혜산업이 아닌 국민경제적 기여가 정책 목표이기 때문에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 모색이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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