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김용남 의원, 삿대질·공천 운운하다 ‘빈축’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 “옥에 흙이 묻어 길 가에 버려져 있으니 오는 사람이나 가는 사람이 모두 흙으로만 알 뿐 옥인 줄 모르는구나. 두어라 알리 있을지니 흙인 듯 있거라” (조선 문인 윤두서)

조선의 대표적인 시조입니다. 내용을 풀이하면 이렇습니다. 아무도 없는 초야에 묻혀 있는 인재가 있습니다.

자신을 알리기 위해 거친 입담과 지나친 행동을 애써 보이려 하는 반면 자신을 알리려 나서지 않아도 그 작은 움직임에도 진정성을 인정하고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리니 굳이 알리려 애쓰겠습니까? 아무리 지저분한 진흙 속에 가려져 있어도 옥(玉)은 옥인데 말입니다.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해 23일부터 시작된 필리버스터 이틀째 각 포털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망에는 국민들에게 생소했던 젊은 국회의원 두 명의 이름과 뜨거운 찬사가 쉴새없이 쏟아졌습니다.

19대 국회 비례대표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회 김광진 의원과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 의원이 주인공입니다.

19대 국회 사상 처음으로 시작된 필리버스터 첫 번째 주자는 더민주 김광진 의원. 조금은 긴장되고 상기된 얼굴로 단상에 오른 김 의원의 첫 마디는 아직도 가슴 속에서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국회를 지난 36년 전으로 회귀시켜 버린 정의화 국회의장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신념의 찬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테러방지법 추진을 직권상정한 정의화 국회의장을 겨냥한 쓴 소리였습니다.

오후 7시부터 시작된 김 의원의 필리버스터는 이를 못마땅하게 지켜보는 몇몇 새누리당 의원들의 거친 독설에도 아랑곳없이 이어졌고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진 몸을 단상에 의지한 김 의원은 거칠어지고 메마른 입술을 물 한 모금에 적시면서 끝내 자신의 소신 발언을 마쳤습니다.

김 의원이 단상에서 내려온 시간은 24일 오전 0시37분입니다. 발언 시간은 무려 5시간40분에 달했고 지난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기록한 5시간19분 보다 22분을 초과하며 대한민국 국회 최장 연설 기록을 경신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용남이

1981년 순천 출신의 청년 비례대표 김광진 의원의 필리버스터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이어진 세 번째 주자는 은수미 의원입니다. 1시간 49분의 짧은 발언을 끝마치고 내려온 국민의 당 문병호 의원의 바통을 이어 받은 은 의원은 테러방지법 통과 반대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나섰습니다.

은 의원은 이번 필리버스터를 준비하기 위해 자신이 소통하고 있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부족한 자료, 그리고 어떤 내용으로 의견을 개진할지 국민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섬세함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은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테러방지법 외에도 노동환경과 실제 한국사회의 인권침해에 대한 의견들이 쏟아졌고 은 의원은 국민의 소중한 의견을 빠짐없이 수렴하고 의연한 자세로 단상에 올라 무려 10시간 15분간 국민의 목소리를 대신 전했습니다.

은 의원의 필리버스터 과정을 지켜본 네티즌들은 포털 뉴스와 각 SNS를 통해 “너무나 고생이 많았다” “국민을 대변해 감사하다” “길고 긴 시간 끝까지 분투한 의원님 수고하셨다” “함께 고통을 나누지 못해 미안하다” 등 격려의 메시지로 가득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의 의지로 추진되고 있는 테러방지법이 심각한 인권침해의 우려가 될 수 있어 이를 저지하려는 은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던 과정에서 당론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발언을 방해하고 인신공격도 서슴치않는 몰상식의 전형도 국민들은 똑똑히 지켜봤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을 꼽을 수 있습니다. 김 의원은 이날 은 의원이 의제와 관계없는 내용을 발표한다며 발언대로 다가서며 삿대질과 함께 “그런다고 공천 못받는다”고 언성을 높혔습니다.

자신의 뜻과 다르고 자신이 속한 당론과 배치된다 해서 국회에서 합법적인 자격이 주어진 국회의원의 발언을 놓고 삿대질과 공천을 운운하고 나선 김용남 의원의 페이스북은 이날 성숙되지 못한 인사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습니다.

국민과 합의 없는 기형적 테러방지법의 기형적 탄생을 막아야 한다는 신념과 소신, 혼탁했던 19대 국회의 진흙 속에 숨겨졌던 빛나는 옥과 같은 김광진 의원과 은수미 의원을 국민들은 이제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명심보감에 보면 ‘구시상인부(口是傷人斧), 언시할설도(言是割舌刀), 폐구심장설(閉口深藏舌), 안신처처뢰(安身處處牢)’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를 풀이하면 “입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이며 말은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막고 혀를 깊이 감추면 몸이 어느 곳에 있어도 편안 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위험천만 테러방지법에 저항하며 국민의 입장을 전달하는 야당 의원들을 눈엣가시처럼 노려보고 상식에서 벗어난 언행을 일삼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야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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