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 연설을 통해 대북정책의 기본틀을 바꿔야 한다며 고강도 대북압박을 예고했습니다. 과거 ‘햇볕정책’을 북한의 도발에 굴복한 ‘퍼주기식 지원’이라 빗대며 이제부터는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연설에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우렁찬 박수소리로 화답했습니다. 18번에 걸친 박수 소리는 강력한 지지의 뜻으로 전달돼 마치 대통령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듯했습니다. 연설 한 마디 끝나기가 무섭게 여당은 마치 사전에 조율이라도 한 듯 열정적으로 박수를 쳤습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 연설 시작부터 종료까지 일제히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이날 이같은 기묘한(?) 국회 분위기를 본회의장 현장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비단 기자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다 건너 스웨덴에서 온 국회의원 10여명이 대한민국 국회를 실시간으로 방청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이날 국회를 방문했다는 사실은 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만큼 눈길을 끕니다. 단순히 스웨덴 국적의 외국인이 방문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스웨덴 ‘국회의원’이 그들의 시선으로 대한민국 대의기관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기자는 한국과 스웨덴, 두 나라 정치인의 간접적인 만남이 유난히 신경이 쓰였습니다. 정치선진국으로 통하는 스웨덴과 특권의식으로 점철된 평소 한국 국회의 모습이 너무나 상반되기 때문입니다.


양국 정치인의 모습이 다른 근본적인 이유는 국회의원이라는 단어의 인식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한국에서 국회의원은 직업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금뱃지’로 통하는 국회의원은 사실상 권력의 상징에 가깝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섬김’, ‘소통’ 등의 미사여구들이 방방곡곡을 채우고 후보자들은 앞 다퉈 허리를 숙이지만 그때뿐입니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의 신뢰는 깨진지 오래고, ‘정치’란 단어에 거부감을 갖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한쪽에서는 이 고장 난 대의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제기하지만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서 조차 이같은 사안은 수면위로 잘 올라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스웨덴에서는 국회의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대표적인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의 국가 시스템은 정치가 이뤄낸 결과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이 나라의 국회의원들에게 특권의식이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틀에 한번 법안을 제출하고, 보좌진없는 작은 방에서 혼자 일하며,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하는 이들은 일주일에 80시간이 넘게 일합니다. 스웨덴 국민들이 평균 36시간을 일한다고 봤을 때 국회의원들의 노동시간은 거의 두 배에 달합니다.


그들이 휴가없이 365일을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막중한 사명감에서 비롯됩니다. 스웨덴에서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비정규직’입니다. 국민의 행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스웨덴의 국회에서 권력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같은 환경 속에서 스웨덴 국민들은 그들에게 무한한 지지를 보냅니다. 스웨덴에서 정치는 희망이자 축제입니다.


너무나도 대조되는 두 나라의 상황. 한국에서 스웨덴의 모습은 그저 꿈같은 일입니다. 어느 나라에서는 당연한 것이 다른 나라에서는 너무나 이상적인 것이 되버렸습니다.


국회의원의?‘진정한’ 특권은 법안 한 줄, 문구 하나를 바꾸는 것으로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진 각종 특혜들은?국민을 위해 봉사하는데 조금 더 쉽게 활동하라는 의미로 부여된 것들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정치인들은 진짜 특권에는 별 다른 관심이 없는듯 보입니다.


지난 16일 여의도 국회에서는 평소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리던 몸싸움이나 고함 등은 전혀 오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일방적인 긴급 연설에 맞춰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박수는 이곳이 국회인지 유세장인지 의문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10여 차례가 넘는 환호 소리가 한국 국회에 가득찬 것을 바라보며?스웨덴에서 온 국회의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심히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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