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건물 균열로 주민 대피 소동이 벌어진 서울 녹번동 일대는 노후된 주택들이 많아 붕괴 위험이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던 곳이다. 신축 빌라 건축을 위한 무리한 터파기 공사와 노후 시설 방치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는 점에서 또 다시 안전 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지난 26일 오전 4시 40분께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주택 8채에 균열에 생겨 수십 명이 은평구청 강당과 인근 숙박시설로 급히 대피했다.


현재 은평구는 해당 건물 8개 동을 재난위험시설로 지정하고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주변 주택 거주 주민 100여명에게 추가 대피 명령을 내린 상태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은평구 녹번동 29-43번지 다세대 주택 신축공사장 인근이다. 이곳에는 지난 15일부터 2개 동 22가구 규모의 도시형 생활주택을 건축 중이었다.


신축 빌라를 짓기 위한 무리한 기초공사가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흙을 깊숙이 파내면서 주변 지하수들이 흘러들어와 지반이 약해졌고, 이것이 건물 균열로 이어졌다.


녹번동은 지난 2013년부터 서울시가 산골마을 주거환경관리사업 대상으로 지정했을 정도로 일대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번 사고로 균열이 생긴 건물도 1971년부터 1983년까지 지어진 오래된 주택이다.


구청이 긴급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2동이 안전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이었고, 나머지 6동은 D등급으로 나타났다. E등급은 당장 철거가 필요할 정도로 위험한 수준을 뜻한다.


녹번동 일대에서 발생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에는 폭우로 인해 돌로 쌓았던 축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무너진 축대는 길 한가운데를 막고 주민들의 통행을 불편하게 했다.


당시에도 축대 붕괴가 단지 비 때문은 아니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돌로 만들 경우 내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배수시설까지 완벽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한편 일대 주민들은 건물 노후로 인한 불안감으로 사고 발생 이전에도 거듭 민원을 제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시공사 과실 여부와 함께 지자체의 안일한 태도도 논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TV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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