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담배와 소주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서민들의 기호품이었는데 이제 서민의 이 기호품들이 오히려 속을 태우고 분노를 일으키는 애물단지가 될 것 같습니다”.


최근 몇몇 업체들이 소주 가격을 인상키로 했다는 뉴스를 접한 부산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27·여)씨의 반응입니다.


올해 초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다며 정부가 담배가격을 인상하면서 애연가들이 분통을 터트린데 이어 이번에는 소주가격까지 인상되면서 가뜩이나 실물경제 불황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지갑을 노리고 있습니다.


서민의 대표 주류인 소주가격 인상은 소주업계 맏형격인 화이트진로가 자사 브랜드 ‘참이슬’ 출고가격을 5.6% 끌어올리면서 시작됐습니다.


지난 2012년 12월 가격 인상에 이어 3년만입니다. 그간 소비자들의 눈치를 살피던 지역 주류업체들 역시 앞 다퉈 가격 인상 대열에 편승하며 이제 소주가격 인상은 전국적으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습니다.


올 초 담뱃값 인상과 함께 소주값도 동반 인상될 것이라던 풍문이 현실로 다가온 것입니다. 출고가 인상으로 음식점과 주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주 한병 가격이 5000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면서 얄팍한 주머니를 걱정하는 서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입니다.


지난달 30일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후레쉬와 함께 참이슬 클래식 1병 당 출고가를 961.7원에서 1015.7원으로 54원 올렸습니다.


맥키스컴퍼니는 자사 소주 브랜드인 ‘오투린’의 출고가를 963원에서 1016원으로 5.5% 인상했고, 한라산소주는 ‘한라산소주’의 출고가를 988원에서 1114원으로 3.14% 인상했습니다.


주류 업계는 이번 소주가격 인상 요인을 “소비자물가 상승과 원료비, 포장재료비, 물류비 등을 감안할 때 출고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소주 가격인상은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예견돼 왔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소주와 맥주 빈병 보조금을 인상하는 정책을 발표했고 이 때문에 정부와 주류업계간 팽팽한 신경전을 지속해왔습니다.


당초 정부(환경부)는 빈 병의 재활을 높이기 위해 소주(40원)와 맥주(50원)의 빈 병 보증금을 각각 100원, 130원으로 올리고, 16~19원인 취급수수료는 33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보증금은 소비자가 주류 구매 후 빈 병을 소매점에 반환하면 돌려주는 반환금이며 취급 수수료는 주류업체가 빈 병 회수에 소요되는 노력을 보전하기 위해 지급하는 비용입니다.


이 같은 정책을 놓고 주류업계는 소비자가 소매상을 통해 빈 병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보증금 인상액은 고스란히 주류가격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소주 가격 인상의 총대를 짊어진 하이트진로에 이어 업계 2,3위인 롯데주류와 무학의 가격 인상 시기를 놓고 일각에서는 ‘시간문제’라며 가격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신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가격을 올리자 경쟁사가 뒤따라 가격 인상한 점을 감안하면 롯데칠성, 무학 등의 가격 인상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며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김승 SK증권 연구원도 “2·3위 업체들도 가격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내년 소주업계 실적이 호조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화이트진로의 대승적인 총대메기식 가격 인상 발표에 주류업계는 말 그대로 좌불안석입니다. 소비심리가 잔뜩 위축된 상황에서 가격 인상을 선도하고 나선 만큼 여론의 집중적인 포화를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소주 소비량이 높은 연말과 연시라는 시기까지 겹치면서 하이트진로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가격 인상 결정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셈이죠.


롯데주류 관계자는 “가격 인상 여부는 아직 미정”이라면서 “지금 대형마트 등에서 참이슬 판매율이 좀 떨어진 것 같은데 가격 인상을 보류하면서 자사의 점유율을 높이는 등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화이트진로의 소주 가격 인상 발표는 지난달 30일 전격 발표된 것이라 업계에서도 많이 놀란 눈치”라면서 “보통 가격 인상 이야기는 업계에 풍문으로라도 돌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전혀 그런 이야기가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무엇보다 소주 가격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타격을 받게된 소비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소주 출고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음식점과 주점 등은 기본 500원~1000원 정도 인상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3000원이면 마실 수 있던 소주를 최대 5000원을 주고 마실 수 있다는 것”이라며 “술값의 끝자리를 애매하게 500원 단위로 맞추기 보다 1000원 단위로 일관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서민들의 대표 주류인 소주값이 인상되면서 소비자단체는 최근 주류업체들이 소주의 도수를 낮추는 대신 가격은 인상한다며 비꼬았습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낮은 도수의 소주에는 소주의 주 원료인 ‘주정’이 일반 소주에 비해 덜 들어간다”면서 “최근 주정 원가가 낮아진 만큼 소주 가격도 떨어져야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습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