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황정우 기자] 기자와 홍보담당자 사이를 일컬을 때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란 말을 합니다.

이 기본원칙은 언론과 기업 관계에서 ‘고무줄’ 기준이 되곤 합니다. 매체 파워가 있는 주류 언론에는 가까운 사이가 되고, 그렇지 않은 군소 언론은 가까워지기는 커녕 눈엣가시로 여깁니다.

이러한 사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한국광고주협회의 유사언론 실태조사 결과 발표입니다. 협회는 마케팅 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홍보담당자들의 답변을 근거로 ‘사이비 매체’를 선별했습니다.

이 중 ‘메트로’ 한 군데만 공개를 했지만 20개 매체 명단이 정보지(찌라시)에 실려 불특정 다수에게 뿌려졌습니다.

이후 협회는 반론보도닷컴을 통해 ‘메트로신문의 반발기사, 팩트 확인도 없는 엉터리’, ‘한국리서치, 메트로신문 기사는 완전히 조작’ 등 연일 메트로 죽이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메트로 광고보다 전단지 광고가 효과적’이라며 비아냥거리는 칼럼을 게제하기도 했습니다.

이쯤되면 메트로가 협회가 정한 사이비언론 기준에 가장 부합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협회는 사이비언론 행위 유형을 기업 경영층 사진의 인신공격성 노출, 기업 관련 왜곡된 부정기사(선정적 제목), 반복 게재, 사실과 다른 부정이슈와 엮은 기업기사, 경영 관련 데이터 왜곡, 광고형(특집)기사 요구 등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들에 대한 평가가 자의적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가령 기업 관련 부정기사가 왜곡됐다는 근거를 합리적으로 가릴 수 있느냐는 겁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협회가 (기준 설정 시) 심사규정, 심사내용, 심사위원에 누가 참여했는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선택해서 발표한 것 자체가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낙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나쁜 언론 평가에 대해) 협회가 공개한 (나쁜 언론이) 틀리다 맞다가 아니라 무슨 차원에서 했는지 궁금하다”며 뒷배경에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협회의 나쁜 언론 발표에 대해) 심적으로 인터넷신문이 많다, (인터넷신문이) 문제가 많다 등의 편견이 작용한 것 같다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결국 협회가 군소언론들을 사이비언론으로 치부해서 문을 닫게 하려는 의도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자아내게 합니다.

한국광고주협회 이수지 차장은 본지의 질의문과 전화 취재 요청에“아직까지 윗분들에게 보고를 드리지 못해 협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말할 수 없다”면서 답변을 거부한다는 의미인가라는 물음에 “그렇게 하시죠”라고 일축했습니다.

최 교수는 “경제논리만 따지면 광고주들이 매체 파워가 있는 곳에 광고를 하는 게 맞다”면서도 “그렇게 되면 언론사가 주류 언론만 주축이 되어 버리고 다양한 형태의 여론이나 소수 여론이 이슈화되고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공갈·협박하고 진짜 사이비짓을 하는 언론은 퇴출시키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빌미로 건전하게 잘하고 있는 언론 마저도 사이비언론으로 묶어가려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렇다면 ‘나쁜 언론’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나머지 언론은 과연 ‘착할까요?’. ‘착한 언론’도 광고 장사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대다수 언론은 현재 홈페이지 빈 공간에 배너광고를 하다가 기사문에서도 텍스트 광고 형식의 배너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기사를 읽을 때마다 걸리적 거리게 하는 광고입니다. 매체마다 다르지만 대략 광고금액은 월 300만원에서 700만원이라고 합니다.

또한 ‘요즘 뜨는 정보’라는 섹션을 만들어 독자들을 유혹합니다. 가령 ‘300억 여의도 증권맨, 24살 도우미女랑 잠자리’를 클릭하면 주식투자 내용으로 연결되는 소위 낚시성 기사 광고가 '착한 언론' 곳곳에서 난무하고 있습니다.

유민지 민주언론시민연합 기획부장은 “독자들 입장에서는 의도치 않게 광고에 노출되는 것이므로 피해를 입는 것이 맞다”면서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일부 언론사가 시행하고 있는 구독료를 받고 클린화면을 만드는 시도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인섭 언론개혁시민연대 대외협력위원은 “(낚시성 기사는) 최근의 문제가 아니라 쭉 이어져온 적폐”라면서 “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문제점을 느끼면서도 특별한 문제제기가 없어서 개선이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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