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전서 깨지고 삼호가든 재건축도 ‘좌불안석’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 사우디를 비롯해 중동지역에서 플랜트 기술 강자로 인정받고 있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1조원대 규모 신고리 5·6호기 주설비공사 입찰에서 고배를 마시며 체면을 구겼다.

특히 현대건설과 손을 잡은 대우건설은 플랜트 분야 신예인 삼성물산 컨소시엄에 발목이 잡히면서 향후 플랜트 수주 판도변화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원전 입찰에는 삼성물산 컨소시엄(삼성물산·두산중공업·한화건설)외에도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건설·현대건설·포스코건설)과 대림산업 컨소시엄(대림산업·SK건설·경남기업)이 맞붙었다.

사업비만 무려 1조1700억원에 달하는 이번 입찰 초기만 하더라도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우세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입찰 제안 평가 중반에 이르러 대림산업이 안정권 밖으로 밀려나자 업계의 이 같은 관측은 현실화 되는 듯 했다. 오랜 업력과 플랜트 노하우로 축적된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컨소시엄 입장에서 플랜트 업력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압승을 기대했던 호사가들의 기대와 달리 1조1700억원대 신고리 원전 수주의 영예는 삼성물산 컨소시엄으로 돌아갔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맞붙어 예상 밖의 선전을 보인 삼성물산은?국내 신월성 수주를 비롯해 그간 원전 기술력을 강화하는데 노력했다.

국내 플랜트 사업의 원조격인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누르고 새로운 강자로 등극한 삼성물산 컨소시엄의 이번 성과 배경에는 건설과 주기기라는 차별적 시너지가 주효했다.

결국 시공능력을 갖춘 삼성물산과 원전의 주기기를 제작, 납품하는 중공업의 합작 프로젝트가 시공사로만 구성된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원전 독주에 제동을 거는 촉매제로 작용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입찰 초기만 하더라도 현대건설이 포함된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될 것이라 예측했는데 솔직히 놀랐다”면서 “두산중공업과 삼성물산의 조화로운 협력이 단순히 기술과 가격을 뛰어넘어 발주처 한수원의 생각을 제대로 짚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국내외 플랜트사업의 기술력 교과서를 자임하던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의 참패를 놓고 안일한 분석과 미흡한 전략이 패배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간 공공부문에서 발주한 대형 플랜트 사업은 이번 한수원 신고리 원전 입찰조건인 기술력을 평가의 기준으로 제시된 탓에 최저가 입찰 관행에 익숙했던 건설사들이 기술력만을 인정하는 최고가치낙찰제에서 추락한 것은 당연하다는 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신고리 원전 입찰에서 대우건설과 나란히 고배를 마신 현대건설은 오는 20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가 열리는 삼호가든 3차 재건축 입찰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기존 힐스테이트 브랜드 대신 삼호가든 3차 재건축을 시작으로 강남권 공략을 위한 고품격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를 전면 배치할 예정이지만 지난해부터 강남권 시장에서 검증된 대림산업의 '아크로스케이프’가 선방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신규 브랜드 론칭에 적색등이 켜졌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인근 K공인 대표는 “쉬쉬하고 있지만 조합원들은 시장에서 생소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보다 대림산업의 '아크로스케이프'를 선호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견본주택을 통해 인테리어 등 마감재를 조합원들의 시각적 효과를 자극한 대림산업이 우세하다는 평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를 삼성물산에 넘겨준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이 실권을 잡은 후 과거 거침없던 수주능력이 한풀 꺾였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더욱이 현대건설이 이번 삼호가든3차에서 선보일 ‘디에이치’ 브랜드 역시 모기업 현대차그룹의 승인도 받지 못하고 있어 고품격 프리미엄 브랜드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때문에 사면초가에 놓인 현대건설은 신고리 원전 수주 탈락과 2000억원대 삼호가든 재건축마저 실패할 경우 야심차게 내놓은 고품격 브랜드 ‘디에이치’는 빛도 보지 못하고 폐기처분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이 실권을 잡기 전보다 상당수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관측할 수 있다”면서 “현대차 그룹이 건설에게 (실적 등)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는 말이 업계 내부에서 나돌고 있어 이전 현대건설만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오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지난해 시평순위 1위 자리를 삼성물산에게 넘겨졌고 이번 원전 수주도 삼성물산에게 빼앗겼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다”면서 “삼호가든 3차까지 실패할 경우 새 브랜드 ‘디에이치’의 밸류 추락은 당연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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