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부종일 김혜경 기자]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뉴스 서비스 입점 제휴와 계약 연장 심사를 언론사들이 참여하는 ‘공개형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뉴스 평가위원회)’를 만들기로 한 가운데 중소언론사를 중심으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그동안 뉴스에 대한 어뷰징 가이드를 정해 언론사들을 관리해왔다. 하지만 메이저 언론사를 중심으로 시장 지위를 남용하면서 ‘배재라’식의 행태는 근절되지 않았다.

메이저 언론사들은 기사반복 재전송, 동일 키워드 반복 등 클릭수를 높이기 위해 포털에서 제시한 가이드를 무시하기 일쑤였다.

국내 1등을 자부하는 조선일보를 보자. 지난 20일 오후 5시6분 ‘메르스 환자 국내 첫 발생 "치사율 30%"…예방법은?’, 오후 5시27분에 ‘메르스 환자 국내 첫 발생, 중동에서 귀국한 60대 남성 발병..."국내 전파 가능성은?”’, 오후 5시28분에 ‘'치사율 30%' 메르스, 2012년 사우디에서 처음 발견…"예방 백신·치료약 없어"’, 오후 5시42분에 ‘메르스 환자 국내 첫 발생, 바레인-카타르 거쳐 귀국한 60대 男…"치사율 30%"’, 오후 6시2분에 ‘메르스 환자 국내 첫 발생, 치료제-백신 없는 중동판 사스?... 치사율 30% '충격'’ 등 메르스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동아일보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28일 오후 1시44분에 ‘메르스 환자 7명으로 증가, 의심 환자 1명 중국으로 출국...관리체계 구멍’, 오후 1시45분에 ‘메르스 환자 7명으로 증가, 의심 환자 1명 중국으로 출국…‘어떡하나’’, 오후 3시31분에 ‘메르스 환자 7명으로 증가, 의심 환자 1명 중국으로 출국…허술한 관리 ‘도마 위’’ 등의 기사를 전송했다.

이런 기사를 내보낸 이유는 ‘메르스’라는 실시간 검색어가 뜨니까 알맹이 없는 기사를 반복 재생산하면서 클릭수 높이기에 혈안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동아일보는 자신들의 어뷰징 행위에는 눈을 감고 뉴스 평가위원회가 ‘사이비언론 퇴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동일 키워드 반복 사례는 더 가관이다. 매경닷컴 MK스포츠는 28일 ‘메르스 바이러스란…전염력 낮다더니 ‘변종 바이러스 가능성?’’ 제하의 기사에서 첫 문장부터 ‘ 메르스 바이러스란 메르스 바이러스란 메르스 바이러스란’이라고 썼다. 스포츠조선도 27일 ‘유승준 방송사고 멘붕… "XX" 욕설 "꺼!꺼!꺼!" 적나라하게 들려 온라인 초토화’ 제하의 기사 말미에 ‘유승준 방송사고 유승준 방송사고 유승준 방송사고 유승준 방송사고’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이는 동일 키워드를 반복해서 내보내면 검색 시 포털 사이트 화면에서 해당 이슈의 주요기사로 노출된다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방송보도에서는 이 같은 어뷰징 기사를 활용할 수 없지만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도할 때는 똑같은 행태를 보인다.

일례로 SBS funE 채널은 ‘유승준, 심경 고백하며 눈물 "거짓말 한 것 아냐"…방송사고까지’ 제하의 기사에서 끄트머리에 ‘유승준 소식에 네티즌들은 "유승준, 방송사고까지 논란이 계속되네요", "유승준, 심경 고백은 잘 끝났는데 왜 방송 사고가", "유승준, 욕설 방송 사고라니 이럴수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노골적으로 같은 단어만을 반복하지는 않았지만 네티즌의 말을 빌리는 형태로 ‘유승준’이라는 이름을 계속 반복했다.

결국 이같은 행태를 버젓이 자행하는 메이저 언론들이 뉴스 평가위원회에 참여할 경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뉴스 평가위원회는 음해성 기사에 대한 기준도 마련한다는 계획인데, 자칫하면 기업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비판보도에 대한 펜끝을 무디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몇 년 전부터 기업들(광고주)은 반론닷컴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기업의 오너나 CEO 등에 대해 악의적인 보도를 일삼는 언론에 대응해왔다.

물론 음해성 보도를 통해 광고나 협찬을 요구하는 일부 언론의 잘못된 행태에 대응한다는 목적이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단순히 돈 문제로 치부할 수 있지만 언론계 입장에서는 언론의 본령을 훼손한다는 측면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사이비 언론과 마찬가지로 메이저 언론 역시 방법은 다르지만 광고가 뉴스 영역에 들어오면서 저널리즘이 죽어가고 있다.

최근 뉴스타파는 ‘종편의 속살 1: 당신은 지금 광고를 보고 있다’, ‘종편의 속살 2: 광고가 된 뉴스, 영업 직원이 된 기자’ 기사에서 MBN 미디어렙 업무일지를 입수해 프로그램, 심지어는 뉴스까지 광고와 맞바꿨다고 비판했다.

뉴스타파는 “가장 정확하고 공정해야 할 뉴스 프로그램에서도 의도적으로 광조주를 부각시키려다 사실과 다른 엉뚱한 뉴스를 내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뉴스 프로그램에 지자체장을 출연, 시정 홍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줄테니 광고비를 더 달라고 지자체에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최낙진 제주대 교수는 “(뉴스 평가위원회를 통해) 어뷰징을 막겠다는 취지는 좋다”면서도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공정성과 신뢰성이 담보된 협의체를 만드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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