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브랜드 '디에치'보다 검증된 '아크로' 우세

[데일리포스트=송협·김혜경 기자] 최근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사업비만 2000억원을 웃도는 반포동 삼호가든 3차 재건축 시공권을 놓고 국내 대형 건설업체 3곳이 사활을 걸고 치열한 수주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 13일 예정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 총회를 앞두고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롯데건설은 조합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노심초사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시공능력평가 2위 현대건설은 고유 브랜드 ‘힐스테이트’ 대신 고품격 프리미엄을 강조하고 나선 론칭 브랜드 ‘디에이치(TheH)’를 전면 배치한 반면 시평순위 4위의 대림산업은 지난해부터 강남권 수요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인정받고 있는 브랜드 ‘아크로’를 앞세워 유리한 선점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건설사들이 제시한 입찰 제안서를 보면 시공사 선정에서 가장 핵심인 공사비에서 3.3㎡ 최저 478만원에서 479만원을 제시해 1만원 격차 수준이며 총 시공비는 최고 1923억원을 넘지 않고 있다. 분양가 역시 마치 3개사가 담합이라도 한 듯 3.3㎡당 3600만원을 제시해 1차 관문을 넘어섰다.

건설사들이 당초 제시한 입찰 제안서를 받아 본 조합측은 시공비 등에 대해서는 만족스런 입장이다. 더욱이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롯데건설 등 3개사는 국내에서 인정받는 대형 브랜드인 만큼 굳이 흠잡을 것 없다는 반응이다.

삼호가든3차 조합 관계자는“건설사들이 제시한 입찰 제안서에 대해 조합원들은 비교적 긍정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브랜드를 고려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 시평순위 10위권 내 대형사다 보니 크게 걱정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조합원들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건설사들은 한시름 내려 놨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진짜 넘어야 할 관문은 이제 부터다. 시공비나 기타 비용에 대해 조합의 1차 테스트를 통과했다 하더라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에서 조합원들의 최종 표심을 자극할 강력한 히든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간 주택시장 불황 탓에 재건축 수주에 목말랐던 건설사들은 사업비만 2000억원에 달하는 삼호가든3차 재건축 사업은 수주실적은 물론 안정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성사시켜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국내 공룡 건설업체 3곳의 치열한 승부처가 될 삼호가든3차는 향후 강남권 재건축 추가 수주의 촉매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번 수주전을 바라보는 업계나 시장의 시선은 흥미진진할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삼호가든3차의 성패를 가늠하는데 요구되는 핵심을 시공비나 기타 비용보다 기존 강남권 시장에서 검증 받은 브랜드와 더불어 조합원들의 니즈를 최대한 자극시킬 수 있는 파급적인 시너지가 요구돼야 한다고 훈수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K공인 대표는 “삼호가든3차 재건축 사업은 단순히 일대를 벗어나 강남권 전체 재건축 시장을 흔드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조합은 쉬쉬하고 있지만 마감(인테리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듯하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추론은 건설사들이 1만원대 수준의 대동소이한 시공비를 제시해 가격 경쟁률을 바탕으로 수주 가능성을 염두한 반면 실제 조합원들의 생각은 가격과 함께 얼마나 더 고품격 아파트를 제공할 수 있냐는 것에 초점을 모으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더욱이 삼호가든3차 사업은 전국에서 까다로운 수요자들이 몰려있는 강남권인 만큼 수요자들로부터 검증된 브랜드 표를 얻는데 주효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최대 승부처로 기록될 삼호가든3차 수주전을 놓고 ‘거대 브랜드 잠룡들의 전쟁’이라 평하면서도 지난해 강남 일대에서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 한 대림산업의 ‘아크로’ 브랜드가 유리하다고 점치고 있다.

실제로 대림산업은 지난해 강남권 주택시장에 공급한 브랜드 ‘아크로리버파크’가 강남 수요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현대건설이 주력적으로 론칭하고 있는 신생 브랜드 ‘디에이치’와 비교할 때 우세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그간 해외사업에 집중했던 현대건설은 최근 국내 주택공급량이 대림산업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둔화된 것 역시 이번 수주전의 최대 복병으로 작용될 수 있다.

기존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뒤로 한 채 강남권을 겨냥한 ‘디에이치’는 현대차그룹 통합 이후 첫 론칭돼 강남권을 겨냥한 고품격 프리미엄 브랜드다. 하지만 이름도 낯선 신생 브랜드 ‘디에이치’가 이미 강남권 수요자들로부터 검증된 대림산업의 ‘아크로스케이프’에 견주 할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 시장 전문가는 “현대건설이 강남권 공략을 위해 야심차게 기획한 브랜드 ‘디에이치’가 삼호가든3차부터 적용한다고 하지만 강남 주택시장을 선점한 대림산업 브랜드 ‘아크로;를 넘어설지 의문”이라며 “만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자처하고 나선 디에이치가 수주전에서 떨어질 경우 론칭도 못하고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삼호가든3차 입찰 업체 중 가장 낮은 시공비를 제시한 롯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7위로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중 가장 낮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롯데건설은 그간 사회적 이슈가 됐던 제2롯데월드 부실시공사로 지목되면서 강남권 수요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만큼 삼호가든3차 수주전에서 가장 열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우위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제2롯데월드 부실시공사라는 딱지와 브랜드 점유율에서 현대건설, 대림산업에 뒤처지는 만큼 안심할 수 없다”고 평했다.

실제로 롯데건설이 제시한 입찰 제안서 내용을 보면 공사비 부분에서 3.3㎡당 479만8132원을 제시해 479만861만원인 현대건설과 비슷한 반면 무이자 사업비 부분에서 현대 393억원, 대림 373억원을 제시한데 반해 한도를 정하지 않아 선심성 혜택 아니냐는 빈축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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