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 마트 등 소매점에 ‘반값 아이스크림’의 행사를 알리는 표지판이 하나둘씩 등장한다. ‘골라 담아 9900원’ 혹은 ‘1+1’ 등은 반값 행사 때 등장하는 단골 문구다.


싸게 판다는 점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지만 원래 가격이 표시돼 있지 않아 소비자가 얼마나 싸게 주고 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정부가 오픈 프라이스를 폐지하고 권장소비자가격 표시제를 부활한지 4년여가 다돼가지만 식품업체들이 이를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장소비자가 표시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표시하지 않을 경우 할인율 뻥튀기가 성행하고 업체들이 가격을 슬쩍 올려도 소비자들이 감시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29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대형마트 등 시중에서 판매 중인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 10개사 186개 제품의 권장소비자가 표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43.5%인 81개 제품에만 가격이 표시돼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컨슈머리서치의 2년 전 조사(동일 품목)와 비교해 가격 표시율이 60.2%에서 56.5%로 후퇴한 것이다.


품목별로는 과자류의 가격 표시율이 77.0%에서 53.3%로, 라면도 51.5%에서 45.5%로 떨어졌다.


과자 중에서는 해태제과 구운감자·홈런볼·오사쯔, 크라운제과 버터와플·크라운산도·쿠쿠다스, 롯데제과 립파이·도리토스, 오리온 고소미·촉촉한초코칩·카메오 등 31개 품목의 가격 표시가 사라졌다.


라면의 경우 농심 육개장, 삼양식품 맛있는라면, 팔도 틈새라면 등 3개 품목의 가격 표시가 없어졌다.


빙과류는 여전히 ‘제로’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31개 제품 중 가격표시 제품은 해태제과의 탱크보이 1 품목에 불과했다. 반값 행사가 유난히 아이스크림 제품에 집중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제조사별 권장소비자가격 표시율을 살펴보면, 과자류에서는 농심이 100%(18개 중 18개)로 가장 높았고, 롯데제과(68.2%)·해태제과(50%)·오리온(40.7%)·크라운제과(37.5%)·빙그레(0%)·삼양식품(0%) 등이 뒤를 이었다. 라면에서는 농심(76.9%)·삼양식품(57.1%)·팔도(20%)·오뚜기(0%) 순으로 나타났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최근 식품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는 배경에 업체들의 가격 숨기기가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 된다”며 “오픈 프라이스의 폐해가 심각해 정부가 제도를 폐지한 만큼 권장소비자가 표시를 강제할 수 있는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종 판매업자가 실제 판매가격을 결정하고 표시토록 해 자율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오픈 프라이스(Open Price)는 지난 2010년 7월 시행됐지만 가격이?과도하게 올라가고 할인율 뻥튀기가 성행하는 부작용 때문에 1년 후인 2011년 7월말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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