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DNA를 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는 성별이 같기 때문에 ‘남녀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나는 경우는 이론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호주 연구팀이 극히 드문 ‘반일란성 쌍둥이(semi-identical twins)’ 사례를 보고해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쌍둥이는 일란성과 이란성이 있는데 말 그대로 일란성(一卵性)은 하나의 수정란에서 시작하는 것이고, 이란성(二卵性)은 두 개의 수정란에서 시작하는 쌍둥이를 의미한다.

일란성 쌍둥이는 하나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이루어진 후 수정란이 분열하기 때문에 DNA를 공유한 같은 성별로 태어난다. 반면 이란성 쌍둥이는 서로 다른 난자가 각각 정자와 수정한 것이므로 성별이 다른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호주 퀸즐랜드 대학 연구팀이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극히 드물게 하나의 난자에 두 개의 정자가 동시에 수정하여 만들어진 반일란성 쌍둥이가 확인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호주 브리즈번에 사는 반일란성 쌍둥이는 2019년 2월 현재 4세다. 임신 6주째 초음파 검사 결과 태반과 약막강이 하나였기 때문에 일란성 쌍둥이로 판단했고, 임신 14주째 쌍둥이의 성별이 다른 일란성 쌍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나의 난자가 두 개의 정자와 수정이 되면 염색체수는 엄마(난자)의 염색체 하나, 아빠(정자)의 염색체 두 개로 총 세 개다.

연구팀이 보고한 쌍둥이는 세 개의 염색체를 동일하게 나누어 반일란성 쌍둥이가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세포 중 일부는 첫 번째 정자의 염색체를 가지고 다른 세포가 두 번째 정자의 염색체를 가진다. 즉 DNA를 완전하게 공유하는 것이 아닌 부분 공유의 형태로 쌍둥이로 만들어진 것.

한편 미국에서는 2007년 반일란성 쌍둥이가 보고된 바 있다. 당시 반일란성 쌍둥이는 엄마 유전자는 모두 공유한 일란성인데 비해 아빠 유전자는 절반만 공유한 특이한 케이스였으며 쌍둥이 중 한명이 남녀 생식기를 동시에 가진 양성으로 태어났다.

호주의 반일란성 쌍둥이는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났으며 출생 당시에는 남아와 여아 모두 건강해 보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여아에게 혈전이 발견돼 생후 4주 만에 팔을 절단해야 했다. 또 3살 때 여아의 난소가 완전하게 형성되지 않은 것을 발견, 암 발병 위험이 높아 난소를 절제했다.

임신 중에 반일란성 쌍둥이가 발견된 것은 호주 브리즈번 케이스가 처음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2월 28일 국제 의학저널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반일란성 쌍둥이 사례가 거의 없는 것은 의사의 오진이나 보고되지 않은 사례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판단해 이란성 쌍둥이와 부모 유전 데이터 968명분을 분석했다. 하지만 반일란성 쌍둥이 사례를 나타내는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글로벌 연구 보고 사례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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