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이등분해 껍질을 약간 붙인 상태의 포도를 전자렌지에 돌리면 생기는 플라즈마 현상. 몇 년 전부터 과학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에서 화제를 모았지만 그 원인은 명확하지 않았다.

과학전문 인터넷매체 '아스테크니카'는 19일(현지시간) 캐나다 트렌트 대학(Trent University) 연구팀이 그간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던 포도 플라즈마 현상의 원인을 조사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먼저 전자렌지를 개조해야 했다. 실험 모습이 잘 보이도록 문을 제거하고 본체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었으며 전자파가 새지 않도록 커버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하지만 포도만을 넣어 거의 빈 상태에서 전자렌지를 작동시키면 흡수되지 않은 방사선이 전자레인지 자체에 손상을 주기 때문에 실험 과정에서 12대의 전자렌지가 고장났다.

일반적으로 포도를 전자렌지에 돌리면 플라즈마가 발생하는 원인은 매우 작은 포도 조직에 전자파가 집중돼 분자가 나뉠 때 이온화((Ionization)되기 때문이라고 여겨져 왔다. 전자렌지 안에서 발생한 전자기장에서 적어도 처음에는 이온이 연결된 껍질을 타고 포도 사이를 흐르지만, 잠시 후 공기 중에 방출돼 플라즈마 빛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포도 절반이 안테나와 같은 역할을 하고 전류는 연결시킨 껍질을 타고 흐른다. 하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포도 껍질을 서로 붙이는 것은 플라즈마 발생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아니며 포도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실험에 적외선 이미지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담당한 캐나다 컨커디어 대학교(Concordia University)의 파블로 비아누치(Pablo Bianucci)는 “플라즈마가 전자기의 '핫스팟(Hotspot)'에서 순수한 ‘몸체현상(bulk effect)’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포도는 전자파를 잡기에 적절한 굴절률과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등분한 포도를 가까이두면 이 사이에 에너지가 집중되는 핫스팟이 생긴다. 포도는 안테나보다는 진동을 증폭시키는 트롬본 같은 역할을 한다. 트롬본은 소리를 낼 때 특정 파장의 진동만을 증폭시켜 다른 파장을 억제하는데, 이 같은 현상이 전자렌지에 넣은 포도에서도 발생하는 것.

이등분한 포도에서 증폭된 전자파는 하나의 핫스팟에 집중되고 이 핫스팟에서 원자와 분자가 가열돼 전자를 유지할 수 없게 되면 플라즈마의 빛이 방출된다.

실험과 관찰을 반복한 결과 연구진은 포도 외에도 건포도 열매, 블랙베리, 메추라기알, 하이드로젤 비즈 등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또 포도 정도의 크기가 전자파를 증폭·집중시킨 핫스팟을 만드는 데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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