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라더 조치 VS 표현의 자유 침해 아니다

[데일리포스트=신다혜 IT전문기자] "우체국이 우편을 분류하면서 개개인이 어떤 우편물을 받는지 기록을 수집하면 그 자체가 빅브라더 논란"(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2월 15일 국회 최고위원회의 中)

정부가 불법 유해사이트의 접속 차단을 발표하면서 온라인에서는 이번 조치를 향한 비난이 가열차다. 과도한 조치로 개인의 표현 및 시청각 자유를 침해함은 물론 인터넷 검열 문제까지 우려된다는 의견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 12일 불범 유해사이트 대응책을 발표했다. 불법음란물 등 불법정보를 보안접속(https) 및 우회접속 방식으로 유통하는 해외 사이트에 접속차단 기능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아동 포르노물·불법촬영물·불법도박 등 불법사이트를 집중적으로 차단할 계획이다. 정부는 방통위가 7개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와 협업해 불법사이트에 이 차단방식을 적용했다고 발표했다.

방통위가 내부 심의를 거쳐 불법사이트로 판단한 곳을 폐쇄, 차단하라고 ISP에 시정요구를 하면 ISP가 접속차단을 하는 방식이다.

이에 새로운 차단방식인 HTTPS SNI(Sever Name Indication) 필드 차단방식을 895개 불법 사이트(불법 촬영물, 저작권 위반 콘텐트 등)에 적용했다.

이는 기존의 DNS(Domain Name System) 차단 방식보다 한층 더 강화된 조치다. DNS는 이용자가 불법 사이트에 접속 시 중간에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가 주소를 확인, 접속을 막는다.

그러나 SNI 방식은 사이트의 서버 접속을 원천 봉쇄한다. 따라서 불법사이트가 주소 도메인은 그대로 두고 이름이나 인증서를 바꿔도 접속을 차단할 수 있다.

우체국이 편지 봉투의 수신, 발신인을 모두 확인하고 이를 우체국이 전달할지 판단하는 것과 같다. 개개인의 송수신 의사 이전에 우체국이 기록을 수집, 검열하는 것.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인터넷 사용자들이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SNI를 적용할 경우 사용자가 사이트를 접속할 때 사용자 정보들이 암호화 과정을 거치기 전 단계에서 차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방문한 사이트를 확인, 검열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서는 15일 기준,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라는 제목의 청원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유해 사이트 차단 조치를 놓고 여론이 뜨겁게 들끓자 정부는 지난 14일 불법 해외 사이트 접속 차단이 인터넷 검열 등 표현의 자유 침해와 무관하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방통위는 “정보통신망법’ 등 근거 법령에 따라 불법인 해외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는 것은 인터넷을 검열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암호화되지 않고 공개돼있는 SNI 필드영역을 활용해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은 암호화된 통신내용을 열람 가능상태로 전환하는 감청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조치가 기존의 합법적인 사이트가 아닌 ‘불법영상물’에 대한 것임을 강조했다. 따라서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19금 등급을 부여받은 합법 영상물에는 이번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한 ‘불법정보의 유통’ 역시 표현의 자유를 벗어난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의결한 ‘해외 불법사이트’는 ISP사업자(통신사업자)가 직접 이용자의 접속을 차단하는 것”이라며 정부 개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이미 온라인 상에서는 우회 접속 경로 등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는 루트가 나돌고 있다”며 “정부의 취지는 좋으나 보안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조치를 강행한 듯해 아쉬울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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