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한국의 대표적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일본 '뮤직스테이션' 출연이 갑작스럽게 취소되며 파문이 일고 있다.

티셔츠 한 장이 불러온 방탄소년단 반일 논란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 8일 일본 공식 팬클럽 홈페이지를 통해 "방탄소년단이 9일 예정된 TV아사히 '뮤직스테이션'에 출연하지 못하게 됐다"며 "이번 결정은 아쉽지만 기다려주신 팬 여러분께 더 좋은 음악과 무대로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앞서 '뮤직스테이션'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방탄소년단 멤버가 착용한 티셔츠 디자인이 파문을 일으켰다. 해당 옷을 착용한 의도를 물어보고 소속사와 협의를 진행해왔다. 결과적으로 이번 출연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방탄소년단 출연 최소 이유를 밝혔다.

논란이 된 티셔츠는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과거에 입은 광복절 기념 디자인이 들어간 의상으로, 해당 티셔츠에는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모습과 함게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 투하 사진이 그려져 있다. 더불어 'PATRIOTISM(애국심)', 'OURHISTORY(우리 역사)', 'LIBERATION(해방)', 'KOREA(한국)' 등 문구가 새겨져 있다.

티셔츠 제작자는 티셔츠 디자인 배경과 관련해 "우리나라 광복을 티셔츠에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논란 이후 "반일 감정이나 일본을 향한 보복이 아닌 젊은 친구들과 함께 역사에 좀 더 관심을 갖자는 의도에서 역사적 사실을 표현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日 출연 취소...확산되는 논란

하지만 일본 일부 극우 매체들은 이 티셔츠를 '원폭 티셔츠'라고 지칭하며 방탄소년단이 '반일(反日)' 행위를 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일본의 대표 극우 매체 가운데 하나인 도쿄스포츠가 방탄소년단에 대한 수위 높은 비난 기사를 연달아 게재했다. 이후 다른 일본 극우 매체들도 기사를 쏟아내 방탄소년단의 '반일'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이른바 일본 내 혐한 세력의 표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이 가중되자 이에 부담을 느낀 뮤직스테이션은 돌연 출연을 취소했다.

한편 정치권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일본 방송 출연 취소 파문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10일 구두 논평을 통해 "일본 방송사가 정치적인 이유로 방탄소년단의 출연을 취소했다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으며 바른미래당 역시 "티셔츠에 그려진 사진은 의도성이 없는 역사적 사실일 뿐이다. 일본은 참으로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평화당은 "일본의 방탄소년단에 대한 일방적 공연 취소는 일본이 전범국가임을 전세계에 홍보하는 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방탄소년단은 출연 금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의 인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오리콘 차트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9번째 싱글 앨범 타이틀곡 'FAKE LOVE'(페이크러브)는 지난 11일 1만 7,869 포인트를 기록하며 오리콘 데일리 싱글 차트에서 5일 연속 1위를 기록했다.지난 7일 싱글 앨범을 현지에서 발매한 방탄소년단은 하루 만에 데일리 싱글 차트 1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또한 13일과 14일 도쿄돔 공연을 시작으로 오사카 쿄세라돔, 나고야돔, 후쿠오카 야후오쿠돔 등 일본에서 4개 돔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외신도 일제히 타진...日극우의 좌충수?

방탄소년단의 일본 방송 출연 취소 소식에 CNN과 BBC 등 전세계 외신들도 이번 사태를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CNN은 이번 논란의 배경과 관련해 "수백만의 한국인이 일본의 점령으로 고통을 겪었으며 이들에 대한 치유 문제가 한일 관계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일본 역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 폭탄 투하로 20만 명 이상이 사망해 관련 문제에 민감하다"고 양국의 입장을 전했다.

영국 방송 BBC도 9일 온라인판에서 ‘BTS 티셔츠: 일본 TV 쇼, 원자폭탄 티셔츠로 BTS 출연 취소’라는 타이틀의 기사를 실었다. 해당 매체는 “(지민의 티셔츠가) 일부 일본인들에겐 일본 식민 통치를 받은 한반도의 독립을 가져온 폭탄을 축하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와 관련한 일본 기업 배상책임 판결을 소개하며 일본 정부가 이에 반발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CNN, BBC 등 세계적인 언론에 이번 상황이 다 보도되면서 오히려 전 세계의 젊은 팬들에게 '일본은 전범국'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 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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