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편집국장] 지난해 10월 이 시기쯤 됐을 것입니다. 듣도 보도 못한 재단 하나가 설립되는데 국내 유명 그룹들이 앞다퉈 참여하고 있다는 내용을 아침 기사로 작성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문화강국 기반 마련을 위해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차그룹과 LG그룹, SK그룹 등 국내 주요그룹 16곳이 앞다퉈 49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재단법인 ‘미르’ 현판식이 개최된다는 내용입니다.

지난 23일 검찰 조사에서 “한 점 부끄러운 것이 없다”고 성토하고 나선 재단 법인 ‘미르’ 김형수 전 이사장은 당시 개별적으로 문화재단을 운영하던 기업들이 재단 미르를 통해 협력사업과 행사를 추진하고 문화융성 혜택을 전 국민들에게 돌려줄 것이라는 내용도 언급돼 있습니다.

도대체 사회공헌(CSR)사업에는 그토록 인색한 주요 그룹 16곳은 뭘 믿고 이런 재단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을까요? 이 재단을 설립해 모든 혜택을 국민들에게 돌려준다던 김형수 전 이사장의 주장처럼 국민들은 수혜를 받았을까요?

최근 국민들은 자신을 대신한 아바타를 내세워 대한민국 곳곳을 유린하고 나선 정체불명의 한 모녀(母女)의 거침없는 비행(卑行)과 논란의 출발점을 놓고 설왕설래 말이 많습니다.

대한민국 실세 신돈의 후예 이미지

정말 말 안 통하는 현직 대통령의 숨겨진 ‘비선실세(秘線實勢)’이며 국정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대통령을 뛰어넘는 실세라는 풍문도 지배적입니다. 바로 국내 주요 경제계를 움켜쥐며 정체성도 불분명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을 설립하고 나선 최순실과 그녀의 딸 정유라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국민들은 방송 보도와 신문지상을 통해 다소 거북한 ‘최순실 정유라’라는 명사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정치집단의 세월을 역행하는 이념놀이에 지친 국민들이 이제는 온갖 부정과 부패의 온상인 이들 모녀의 행각에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진정한 ‘비선실세’가?수면위로 떠오르면서?언론들은 최순실 외에도 그녀의 부친인 최태민 목사의 행적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불교와 기독교를 정교하게 뒤섞은 비상식적 교단을 만든 그를 660년 전 고려의 왕실을 쥐고 흔든 요승(妖僧) ‘신돈(辛旽)’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노국공주’가 세상을 떠나자 실의에 빠진 공민왕이 유일하게 의지했던 ‘신돈’은 국정을 어지럽히고 음탕한 요승으로 평가돼 참수된 신돈의 망령이 660년이 지난 2016년 대한민국 국정을 농락하고 있습니다.

일제말기 일본 순사를 지낸 전형적인 친일파로도 잘 알려진 최 목사는 660년 전 요승 신돈과 마찬가지로 괴한의 흉탄에 맞아 절명한 육영수 여사의 꿈을 빙자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었습니다.

자신의 딸 최순실과 박근혜를 앞세워 새마음 운동을 추진하며 절대적인 부와 권력의 중심에 있던 최태민 목사,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 자신이 그려낸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청사진이 완성되면서 권력 위의 기생한 그의 후예들.

권력 앞에서는 자신의 간도 꺼내 바칠 장사치들을 대상으로 수백억원을 뜯어낸 최순실과 “돈도 능력이다”며 부정입학에 대한 부끄러움 없이 세상에 당당함을 과시했던 그녀의 딸 정유라가 살아갈 대한민국의 미래는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맹자> 공손추상에 보면 ‘수오지심, 시비지심(羞惡之心, 是非之心)’이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풀이하면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이는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 또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입니다.

절대 권력의 힘을 배경으로 온당치 못한 행실에도 버젓이 고개를 들고 세상을 비웃고 있는 ‘현대판 신돈’ 최태민의 후예 최순실과 정유라, 그리고 권력에 빌붙어 스스로 ‘봉’을 자처하고 나선 우매한 장사치들에 대한 옛 성현들의 준엄한 경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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