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지난 23일 영국이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로 결론을 내면서 전 세계가 들썩인 가운데 각국 언론들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위치한 영국 총리 관저 앞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입장 발표를 듣기 위해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취재진들 눈에 누군가 드디어 문을 열고 나오는듯한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그러나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은 고양이 한 마리. 이 고양이를 알아본 취재진들은 ‘총리 대신 래리가 나온 건가?’, ‘래리의 출현은 브렉시트에 대한 풍자?’ 등의 반응을 SNS에 쏟아냈습니다. ‘래리(Larry)’라고 불리는 이 고양이. 관저에서 문을 열고 나왔으니 보통 길 고양이는 아닌 듯 합니다. 도대체 정체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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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국 정상들도 자신의 취향에 따라 반려동물을 관저에서 키우곤 합니다. 크게 강아지파와 고양이파로 나뉘는데요. 대부분 단순 애완을 목적으로 동물을 키우지만 영국의 경우는 조금 독특합니다. 동물에게 ‘총리 관저 수렵보좌관(Chief Mouser to the Cabinet Office)’이라는 공식 직함을 주는데요. 역사적으로 고양이만 임명될 수 있다는 이 직책은 현재 ‘래리’가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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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보좌관의 임무는 관저에 출몰하는 쥐와 벌레 등을 잡으면서 위생과 보안을 책임지는 것입니다. 정해진 임기는 없으며 은퇴나 사망 시에 임기가 끝난다고 하네요. 이 고양이들이 애완동물로 살게 된 것은 헨리 8세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토마스 울지가 상원 의장직을 수행할 때 곁에 고양이를 둔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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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수렵보좌관인 래리는 지난 2011년 1월 취임했습니다. 전직 보좌관 ‘시빌’이 런던 생활 부적응으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자 관저 주변에서 쥐가 발견됐고, 현 캐머런 총리가 문제 해결을 위해 래리를 보호소에서 데려와 보좌관으로 임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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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도 거듭되는 근무 태만으로 세간의 지적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새 수렵 보좌관으로 재무무 장관이 기르는 고양이 ‘프레야(Freya)’가 ?임명돼 래리는 경질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현재까지도 보좌관 자리를 꿰차고 있다고 합니다. 쥐는 못잡지만?‘귀여워서’가 자리 보전의 이유라고 하네요. 한편 캐머런 총리가 이번 국민투표 결과로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네티즌들은 래리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래리는 다우닝가 10번지에 잔류할까요? 아니면 떠날까요?


<사진=영국 정부 홈페이지, 트위터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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