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태도에 따라 폭력·평화 규정돼

[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지난 5일 치러진 제2차 민중총궐기 대회는 과잉진압과 폭력으로 얼룩졌던 1차 대회와 달리 경찰과 집회 참가자 모두 차분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습니다.


언론에서 떠들어대던 정부의 색깔론과 IS라는 테러집단으로 지목됐던 집회 참가자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평화를 호소하며 말 그대로 ‘평화의 행진’을 진행했습니다. 1차 대회 당시 물대포와 거친 방패술로 참가자들에게 상처를 입혔던 경찰 역시 평화적 시위를 관리하는 온건적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날 대회를 지켜보던 여론은 우려와 달리 ‘성숙된 시위’라는 평가를 쏟아냈습니다. 일각에서는 1차 총궐기와 의도적으로 선을 긋고 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2차 집회가 평화적으로 이뤄졌다는 다소 긍정적 평가와 함께 1차 집회는 불법과 폭력으로 점철된 집회였다는 비관적 시각도 팽배합니다.


하지만 일부 시각처럼 폭력 시위로 점철된 1차 대회나 평화적 시위로 평가받고 있는 2차 대회 모두 연장선상의 민중대회입니다. 노동개혁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최근 정부의 반국민적 정책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집합돼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버스로 철옹성을 짓고 거센 물대포를 시위 참가자들을 향해 거침없이 퍼부어댔던 과잉진압과 폭력이 조합됐던 1차 집회와 달리 2차 집회는 물대포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는 농민 백남기씨의 쾌유를 기원하고 복면금지 등 집회의 자유를 차단한 정부를 비판하자는데 의미가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2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지켜본 여론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번 시위는 평화적으로 끝났다”,“경찰과 시위 참가자 모두 성숙된 매너의 집회였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2차 집회가 평화적으로 잘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정부가 집회의 성격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태도로 대응했냐는 것입니다. 시위가 폭력화되고 불법화되는 데는 정부와 경찰이 강경한 모습과 태도로 일관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집회라는 것, 그것은 본래 힘없는 약자들의 최후의 수단입니다. 이 약자들이 한데 뭉쳐 무엇인가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데 이를 불법으로 지목하고 강제적으로 억누르려 한다면 힘없는 약자들은 결국 강제하는 이들에게 반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힘없는 약자들을 상대로 강자들의 과잉적 진압은 흐릿하면서도 약자들의 저항은 ‘폭력적 시위’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약자들의 부각된 폭력시위 모습은 결국 심각한 국민적 반감을 표출 시키는 빗나간 잣대로 규정됩니다.


2차 민중총궐기 대회는 전국 농민총연맹과 민주노총 등 100여개 시민사회단체 5만여명이 참가해 치러졌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정부의 복면 시위 금지에 저항하는 많은 시민들이 복면 대신 가면을 착용했고 중고등 학생들 역시 “저희는 IS가 아닌 추운 청소년입니다”는 피켓을 가슴에 올려 강조했습니다.


얼굴에 마스크팩을 부착한 한 시민 참가자는 “이건 복면이 아닙니다. 예뻐지는 중입니다”다며 해맑게 웃어 보이는 등 1차 대회와 사뭇 다른 평화와 웃음이 공존하고 있어 집회에 참석한 어느 누구 하나 폭력적 성향의 시위를 주도하는 이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차벽과 물대포 등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대포로 대응했던 경찰은 도로위에 폴리스라인을 세우고 안전한 집회를 위해 현장을 관리 감독에 나섰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정부의 집회 프레임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중년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평화적 집회가 우선돼야 하지만 이제부터 ‘그들(정부)을 거슬리게’하는 어떤 행동을 했을 시 무조건 폭력집회로 낙인찍는 것 아니냐”면서 “오히려 정부의 프레임에 걸려버린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취재 중인 언론사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외신 취재진에게 카메라에 나오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반면 모 종편 방송 차량이 보이자 현장을 왜곡하지 말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행진이 진행되면서 주위에 있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이뤄졌습니다. 직장인 이모(26·여)씨는 “사람들이 행진을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대열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민이 쉽게 정권을 심판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현 정권은 국민이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것조차 범죄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집회의 자유는 정부가 ‘선심 쓰듯이’ 내주는 것이 아닙니다. 언제부터인가 집회가 ‘합법=평화’,‘불법=과격’의 이분법으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평화집회가 이뤄진 다음 날 민주노총이 지난 1차 총궐기를 폭력집회로 기획했다고 보고 소요죄 적용까지 검토 중입니다.


현재 대대적 수사를 예고하면서 공안정국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다음 집회의 개최 여부를 두고 여론은 거칠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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