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지구촌 최대 할인 축제인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블프) 시즌이 지난 27일(현지시각)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이날만을 기다려온 국내 직구족들은 블프 시장이 열리자마자 온라인 쇼핑몰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클릭에 여념이 없었다. 국내 최대 해외배송 대행서비스 업체 ‘몰테일’에 따르면 네이버 카페 ‘몰테일 스토리’ 접속 수가 평소보다 무려 두배 이상 증가했다.


직구족들이 해외 온라인 시장을 정신없이 공략하고 있을 무렵인 지난 주말 국내 오프라인 매장도 블랙프라이데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실제로 지난 28일 오후 <데일리포스트>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가산동 패션 아울렛 단지는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인해 말 그대로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에 자리잡은 가산동 아울렛 단지는 터줏대감인 마리오아울렛과 W몰에 이어 최근 들어선 현대아울렛까지 3파전 양상을 띄고 있어 백화점 대비 한결 낮은 가격과 편리한 교통 탓에 평소에도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미국 블프를 의식해 일찌감치 다양한 할인 행사에 돌입한 가운데 가산동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마다 건물 외벽에 ‘블랙(Black)’과 ‘할인(Sale)’ 두 단어를 적절하게 연결시킨 대형 걸개를 걸어놓고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각사 아울렛의 거리는 도로 하나 만을 사이에 두고 있기 때문에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기 무섭게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우선 이 일대에서 덩치가 가장 큰 마리오 아울렛을 방문해봤다. 입구에서 양 손에 쇼핑백을 가득 든 여성 2명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곧 다시 매장으로 향했다. 적어도 오늘 만큼은 평소 가격 문제로 포기했던 물건들을 사고야 말겠다는 눈치다.


중국인 관광객이 명동에서 화장품을 쓸어 담는 것처럼 이곳에서는 내국인들이 의류 매장에서 정신없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모바일과 온라인 쇼핑이 대세인 요즘 같은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의 이같은 모습은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유난히 붐비는 고객들로 직원들이 정신없어 보이는 한 의류 매장을 들어가봤다. 여기저기서 옷을 입어보고 결제를 하는 소비자들로 인해 매장은 그야말로 발 디딜 곳이 없었다. 이곳에서는 원가 60만원짜리 겨울 모직코트를 절반 가격인 35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매장 직원은 “세일된 가격에서 20% 더 할인해 줄 테니 빨리 가져가는게 좋다”면서 “다른 곳에도 우리 브랜드 매장이 있지만 특별히 이곳(가산동) 매장에서만 10% 추가 할인을 해준다”고 귀띔했다.


인근에 위치한 현대와 W아울렛의 매장 상황도 다를 바 없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3개의 아울렛을 연신 배회하며 꼼꼼히 가격을 체크해보기도 했다.


서울시 관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26·여)씨는 “평소 코트류를 좋아해 한 벌 더 장만하고 싶었는데 가격 때문에 망설이다가 오늘 저렴한 가격에 2개나 구입했다”면서 “핸드메이드 모직 코트와 오리털 야상 점퍼를 합쳐서 60만원에 구매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구리시에 거주 중인 장모(32)씨는 “현지 블랙프라이데이 시간에 맞춰 대기하고 있다가 노트북 하나를 주문해놓고 왔다”면서 “의류 같은 경우는 빨리 사서 입고 싶은데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르는 배송 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서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아울렛뿐만이 아니라 지난 주말 동안 백화점 업계도 블프 특수를 톡톡히 맛봤다. 국내 빅3(롯데·현대·신세계) 모두 지난 27~28일 이틀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해 평균 20% 이상 늘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아울렛은 백화점과 규모도 다르고 보수적인 특성 때문에 매출 증감률 등 수치를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지만 최근 불황 속에서 꾸준히 성장 중인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 “싼 가격에 품질도 괜찮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꾸준히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산 단지 쪽에도 최근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향후 ‘제 2의 동대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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