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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장은우가 전하는 ‘도시의 민낯과 소외된 사람들’  

[데일리포스트=정태섭 인턴기자] 흔히 우리는 ‘도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낯익은 이미지가 있다. 밤하늘을 수놓은 각양각색의 네온사인과 일탈을 벗어나고자 무심코 거리를 바쁘게 오가는 건조한 삶의 연속인 사람들…

여기에 얽히고 설킨 미로 같은 ‘빌딩’이라는 거대한 숲이 바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도시의 한 풍경이 아닐까? 무색채보다 화려함이 돋보이고 공백보다 빼곡하게 정렬된 듯 자연스러움 보다 억지로 꿰어 맞춘 듯 인공적인 느낌이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그곳은 바로 ‘도시’라는 명사다.

현재를 경험하고 살아하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도시는 그저 화려하게 포장된 인위적 공간일 뿐일까? 적막과 여백, 그리고 수줍은 새색시와 같은 소박함은 이제는 도시와 어울리지 않다는데 기자는 의문점을 제기해 본다.

화려함을 덧칠한 도시와 그 화려한 숲에 가린 모순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깨고 한올의 껍데기도 없이 도시의 본질을 보여주는 작가가 있다. 최근 국내 미술계에서 솔직함을 강조하고 색다른 시각을 인정받고 있는 젊은 작가 장은우 화가다.

그는 도시에 덧댄 두꺼운 화장을 걷어내고 ‘날 것’ 그대로의 도시와 ‘민낯’을 세상에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어딘가 낯선, 그러나 친숙한 우리의 도시

모든 작가는 자신이 영감을 얻는 대상이 있고 그것이 투영된 대상들이 화폭에 옮겨진다. 그리고 대다수의 감상자들은 궁금하다. 왜 하필 ‘그것’일까? 왜 이 작가는 그토록 ‘그것’에 집착할까?

장 작가의 작품에는 도시의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 있다. 그의 초기 작품부터 현재 작품까지 많은 변화가 느껴지지만 도시를 핵심 소재로 다룬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의 작품 속 도시를 뜯어보면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선 느낌’이 든다. 그가 묘사한 도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화려한 도시의 모습이 아니다. 익명성과 단절이 특징인 도시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소통을 원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산업화로 인한 도시의 그늘을 묘사하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이런 상반된 느낌들이 동일한 화폭에서 묘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장 작가에게 도시란 존재는 무엇일까?

장 작가는 “본인에게 도시라는 존재는 감각 소통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 할 우리 삶의 터전이자 공감과 이해를 통해 끝없는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시의 상반된 느낌들을 경험한다는 것은 도시의 골목을 목적 없이 산책하면서 그 공간이 가진 인상을 느끼는 것”이라며 “이 같은 체험을 통해 낯설지만 익숙한 공간에서 섬광처럼 다가오는 기억을 통해 의미 있는 장소로 전환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장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의 삶 한 부분이 고스란히 화폭에 옮겨져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화폭에 묘사된 풍경이 그의 삶이고 이로 인해 탄생한 작품이 그의 삶 일부분을 이루고 있다.

그에게 있어 골목길이나 공사장 등은 창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푸는 장소이자 동시에 영감을 얻는 ‘모순적인’ 장소다.

그는 평소 도시 후미진 곳의 미로 같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즐기는데 그렇게 재미있다고 한다. 반면 화려한 건물은 불편하다는 그는 특히 백화점과 같은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는 것이 제일 싫다고 한다.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고층건물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는 장 작가. 그의 작품 속에서는 오직 낮은 건물만 묘사돼 있다.

그가 그린 도시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소외된’ 부분이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묘한 사회성이 느껴지는 그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묵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작품만큼이나 ‘다수가 공감하는 작품을 그리고 싶다’는 장 작가의 미술 철학은 확고해 보인다.

색다른 도시의 모습을 표현하는 만큼 장 작가가 사용하는 미술 재료도 특이하다. 그가 그리는 작품은 동양화임에도 유화로 그린 서양화가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마크 로스코(Mark Rothko) 등 대체로 색감을 강조하는 화풍을 좋아한다는 그는 자신의 작품에도 색감에 많은 공을 들인다. 또 화선지에 먹물을 이용해 직접 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골판지 모양을 찍어내기도 하고 건물 지을 때 방수재료로 쓰이는 페인트를 그림 속 건물 외벽에 직접 바르기도 한다.

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봄으로써 기존 동양화의 틀을 깨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한 발짝 다가서 사람들과 소통하기

장 작가의 작품들 중 2000년대 중반에 그린 초기 작품과 최근 작품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초기 작품에 도시를 무채색으로만 표현했고 그림 속 높게 솟은 건물들은 그야말로 삭막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반면 최근 작품들은 재료의 종류도 다양해졌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한 층 밝아졌다. 그 중 눈에 띄는 점은 예전 작품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었던 ‘사람’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장 작가는 이런 변화를 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이 주변인들과의 대화 덕분이라고 한다.

그는 “평소 잘 알고 지냈던 영화감독이 초기 작품을 보더니 왜 그림 속에 작가가 직접 들어가지 않고 그림 밖에서 바라보려고만 하냐면서 한 발짝 떨어져 보는 것이 아닌 그림 속에 직접 들어가 도시를 바라보면 좋겠다는 말이 큰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이 후 장 작가는 그림의 전체적인 구도도 바꾸고 본인이 도시에 한 발짝 다가간다는 뜻으로 그림 속에 보통사람들의 모습을 하나 둘 그려 넣기 시작했다.

또 그는 작가가 아닌 일반인들과도 끊임없는 소통을 시도한다. 평소에 그는 주변 친구들에게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며 무슨 생각이 드는지 혹은 작품 이해가 잘 되는지 등 질문을 던지며 피드백을 받는다. 자신의 작품이 일반 관람객들과 소통이 잘 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차원이라고. 가끔 그들이 던지는 말 속에 작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이기도 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는 전시회장에서도 일반관객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전시회가 있을 때 빠른 걸음으로 작품을 후다닥 보고 나가는 관객은 굳이 잡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관심있게 본다고 느껴지는 사람한테는 먼저 다가가 자신이 작가라는 것을 밝히는 등 말을 붙인다고 한다.

장 작가는 “그림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며 “갤러리든 미술관이든 그 문턱을 넘기가 어렵지 일단 문턱을 넘을 수만 있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림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도슨트의 해설을 들으면 도움이 많이 된다”며 “그림에 대한 해설을 듣는 것이 때로는 감상자의 순수한 감상을 방해할 때도 있지만 그림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이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기 작품은 지금보다 한 걸음 더 도시에 다가가 시선을 옮기겠다는 장은우 작가. 그의 작품에서는 도시 ‘가장 낮은 곳’의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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